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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합니다

[서평, 리뷰]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by 열공직딩 2022. 4. 21.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처음 느낀 감정은 의아함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당혹스러움이었다. 죽은 사람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뜻하는 걸까, 청소는 뭘 청소한다는 걸까 의문이 들다가 문뜩 설마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 사이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아 곧 깨달았다. 죽은 자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집 안에서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람을 말하며, 청소는 그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우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특수청소 서비스' . 저자의 책에서 말하는 자신의 직업이다. 죽은 사람이 남긴 육체와 흔적을 없애는 일은 한국에서 사업종목 및 세법상 '일반청소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한다. 특수청소업이란 사업 종목에 존재하지 않는다. '청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 이라고 쓰여있다. 사람을 청소한다 라는 표현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영화나 소설에서 검찰 혹은 경찰이 악당들을 소탕할 때 간혹 들어봤던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람을 청소한다는 표현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달리  없을 것 같다. 

  서비스라는 것은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발을 붙이며 살던 원룸 또는 빌라의 주인이 바로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흔적을 말끔하고 깨끗하게 지우는 확실한 청소이다. 주변에 그 사실이 새어나가 집값이 떨어지거나 손님이 끊길까봐 전전긍긍하며 걱정하는 모습은 한 편으로 가엾기도 하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것도 받아 낼 수 없으니까. 세상에 남은 자들의 사정을 고려할 여유같은 것은  있을리 만무할테니. 드물게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중의 '가격' 이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사람이. 

-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드나요?
-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 네. 그렇다 치고...
- 네. 집에서 돌아가셨다면 아파트, 원룸, 다세대 주택... 어떤 타입인가요?
- 주택이에요.. 
....
- 언제쯤 일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 언제라기보다는... 네, 잘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이 죽은 후 경찰서에서 조사 차 걸려온 전화에서 저자는 알게 된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그 뒤에 시신을 수습할 일까지 염려되어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알아보려 마지막으로 전화한 것을. 이 내용을 읽은 순간에도 그랬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 속에 무엇인가 턱 하고 막힌 듯이 괴롭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누구라도 좋으니 부디 세상에 누군가 한 사람 정도는 그 사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기를 바라지만, 그랬다면 그런 죽음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이런 책을 쓴 걸까 나처럼 궁금할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친절하게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 것 같다.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늘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고, 그 사실에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삶과 죽음은 양면으로 된 동전처럼 한쪽만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경도되고 그 엄숙함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죽음에 관한 언급 자체를 불경한 일로 여겼습니다. 어쩌면 이 기록도 그런 면에서는 급진적이라고 할만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머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책을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혀있는 우편물,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가스와 수도, 전기 미납요금 경고장들. 가난과 외로움이 뒤섞여 죽음의 냄새가 더할 것만 그 이미지는 죽음 외에도 내게 환기시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분명 내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할 것이다. 

 


위 서평은 2021년 01월에 작성한 서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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