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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합니다

[서평, 리뷰] 남극점에서 본 우주 - 김준한, 강재환

by 열공직딩 2022. 5. 26.


『남극점에서 본 우주』는 젊은 실험 천문학자들이 우주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1부 남극점의 여름은 연구를 위해 남극점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과 남극점에서의 생활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미국에서 출발하여 뉴질랜드를 거쳐 수차례 군용 수송기를 갈아타고 약 30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도착하는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 남극점의 지리학적 기념학적 의미, 기지 내의 생활 등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남극점에서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해가 뜨고 지는 백야가 계속되고 연평균온도가 영하 50℃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 이곳을 탐험 끝에 발견한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은 물론 이 척박한 땅에 기지를 건설하고 연구를 위해 모여드는 과학자들에게 경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란 본디 이런 사람들일까 감탄이 생길 정도로 저자인 두 과학자의 연구에 대한 진중함과 열정이 글을 통해서 그 열기가 느껴졌다. 같은 한국인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2부에서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블랙홀의 그림자를 찾는 연구가, 3부에서는 우주가 시작하는 빅뱅의 첫 순간을 확인하기 위한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연구가 각각 소개되어 있다. 솔직히 연구과정과 관련된 상세한 물리학 내용은 1/10도 채 이해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어떠한 원리로 망원경의 성능을 높여서 블랙홀을 촬영할 수 있는지, 우주배경복사라 불리는 빛이 어째서 우주의 탄생을 의미하는지는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우주에 대한 책을 읽거나 사진을 볼 때면 때때로 아련한 설렘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결코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닿을 수 없는 우주라는 존재, 그 광막함과 무한함에 동경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단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조화 속에 포함된 하나의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남극점이라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인류와 동떨어진 곳에서 묵묵하게 연구를 계속하는 젊은 한국인 과학자의 존재로부터 신선한 자극과 에너지를 받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 하늘 너머 우주에 시선을 두며 분주하게 연구를 하고 있을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새로운 발견과 함께 책으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

 

 

 

2019년 남극점 표지는 금빛으로 빛나는 멋진 망원경인데, 다시 극점 표지판을 옮길 2020년 1월 1일 아침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다음 해의 남극점 표지를 설계하고 깎는 건 그해 기지에서 겨울을 나는 기계공의 몫이다. 기지 입구에는 이 전통이 자리 잡은 해부터 만들어온 지난 남극점 표지들이 전시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질과 에너지는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고, 구부러진 시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 이를 기술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이라고 부르는 수식은 복잡하지만 개념을 간단히 쓰면 다음과 같다.

시공간의 기하=에너지와 물질의 분포와 운동

시공간의 기하란, 시공간이 구부러진 모양을 뜻한다. 2부에서 살펴본 중력렌즈나 블랙홀 그림자와 같이, 질량이 큰 천체들은 시공간의 모양을 바꾸어 빛과 물질의 경로를 휘게 만든다. 태양은 주변 시공간을 구부러뜨리고, 지구는 그 휜 공간을 따라 운동하여 태양 주위를 돈다.

 

휠러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이런 문장으로 깔끔하게 요약한다. 시공간은 물질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려주고, 물질은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질지를 알려준다. Spacetime tells matter how to move; matter tells spacetime how to curve.

 

팽창하는 우주는 더 충격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우주 공간 속에 박혀 있는 은하들 간의 거리가 서로 멀어진다는 것은 과거에 이들이 서로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모두가 한 점에 모이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우주가 품은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모여 있다면 어마어마하게 뜨겁고 밀도 높은 상태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하여 우자가 탄생되었으리라는 대폭발 이론(빅뱅 이론 Big Bang theory)이 등장했다.

 


위 내용은 2021년 03월 작성한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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