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크푸 출장 2일차.
오전에 한 시간 남짓 가까스로 시간이 나서 올드타운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크라크푸는 17세기 초반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수도였다.
2차 세계대전때에도 연합군이 유럽의 몇 남지 않은 고도(古都)를 보존하고자 폭격을 하지 않았덧 곳이다.
따라서 유럽 그 어느 곳보다도 유럽다운 도시라 할 수 있겠다.
올드 타운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길을 지나면 나오면 도로를 따라 주차를 할 수 있다.
시간이 별로 없던 터라 골목길과 Szczepanski 광장을 지나 바로 메인 광장으로 향했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크라쿠프의 메인 광장. 올드타운의 심장부.
당연하게도 볼거리와 사람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수키엔니체, 라투슈초바 탑, 성모승천교회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바벨성과도 가깝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초조한 마음으로 광장에 들어선 우리를 맞이한 것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흠뻑 풍기며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외 시장이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뜨끈한 스프들.
도기로 된 장식품. 크기는 작은데 100즈와티(3만원) 정도였다.
시장 한 켠에 전시된 아기 예수와 동방박사들로 추정되는 목조 조각.
현지인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을 한 바퀴 돌자 오전에 회사 후배들의 늦장으로 관광시간이 한참 줄어서 상했던 기분이 풀어졌다.
여행기분 제대로 업 ㅎㅎ
아우슈비츠 일정이 있어서 뭔가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이 없던 터라 점심 대용으로 요기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른 것은 바로 굴라쉬(goulash soup) 와 소시지, 감자튀김!
굴라쉬는 소소기와 양배추, 감자, 토마토 같은 야채를 향신료로 양념하여 끓인 헝가리 전통 요리인데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서 유럽 여러 국가에서 즐겨 먹는 스튜 요리가 되었다.
겨울이 길고 추운 폴란드에서도 추위로 웅크러든 기운을 북돋기 위해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라고 하던데
과연 명불허전 ! 토종 한국인의 입맛에 거슬리지 않는 맛이었다.
김치대신 토마토를 넣고 끓은 찌개 느낌이랄까. 라면 국물과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한다.
한 컵에 30즈와티(9,000원)나 되는 사악한 가격이었으나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소시지와 감자튀김은 합쳐서 40즈와티(12,000원).
의자가 없는 스탠딩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데 동양인이 우리 밖에 없어서 그런지
신경쓰일 정도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속도를 내서 광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성탄절의 탄생을 장식한 모형
마차를 타고 넓은 광장을 산책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냄새때문에 비추...
메인 광장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라투슈초바 탑.
탑 앞에 놓인 조각. 폴란드의 유명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하는 에로스의 얼굴이다.
신기하게도 그리스로마 신들을 상징하는 어트리뷰트(attribute)가 없다.
다양한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찍는 사진 맛집이다.
조각 안이 비어 있어서 들어가서 찍기도 한다.
아우슈비츠로 떠날 시간이 되자 굴라쉬와 소시지로 따뜻하고 든든해진 상태로
다음 크라쿠프 출장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멋들어진 골목길을 지나 올드타운을 벗어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