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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합니다

[서평, 리뷰]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by 열공직딩 2022. 5. 2.

 

  『불편한 편의점』은 두 시간 가량 몰입하면 편안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크게 기대를 갖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몰입도도 좋았으며 현실적이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내용으로 마치 짧은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책 내용의 배경이 되는 편의점으로 비유를 하자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간 조그만 편의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득템을 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일상감과 현실감이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생생한 편의점 업무와 당장 PPL 상품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참참참(참깨라면+참치삼각김밥+참이슬)“이라는 아이템, 옥수수 수염차를 강력한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둔갑시키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디테일한 솜씨도 무척 인상 깊다. 

  당장이라도 동네 어느 구석진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작은 편의점에 들려서 야외 테이블에 참참참을 한 상 차려놓고 (겨울이라면 따뜻한 온풍기를 켠 채로) 하루의 고단함을 탈탈 털어버리고 집에 돌아가는 상상을 해 본다. 그 편의점에는 타인의 상처를 친절하게 어루 만져주는 백곰 같은 아저씨가 있다. 어떻게 저렇게 친절해 질 수 있는가 물음표가 생겼지만 금세 그 답을 깨달았다. 친절하게 대해준 누군가가 있기에 건네받은 친절함을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건네줄 수 있다는 것을. 책의 내용을 되돌아보면 편의점 ALWAYS 사장님의 친절함을 시작으로 마치 파문을 일으키듯 이야기가 이어지며 관계의 고리를 만들어 나간다. 

  왜 친절해야 되는가? 에 대한 마음 속의 물음은 이미 책에 잘 나와 있다.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친절함과 삶의 관계에 대해 짧지만 의미 있는 해답을 얻은 것 같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정 작가가 마스크 위로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자신의 비극을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새벽의 편의점에서 우리는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 과거를 캐내기 위해 자신의 과거도 많이 털어놓았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이냐고? 그녀는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않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위 서평은 2021년 06월 작성한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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